가을이 깊어지면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스물네 절기 가운데 열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한로(寒露)입니다. 한로는 이름 그대로 '차가운 이슬(寒露)'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입니다. 가을의 절정에서 겨울 채비를 알리는 한로 무렵의 자연 변화와 우리 조상들의 생활 풍습, 그리고 이 절기가 지닌 의미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한로(寒露)란 무엇인가?한로는 24절기 중에서 백로(白露)와 추분(秋分) 다음에 오며, 상강(霜降) 앞에 위치하는 가을 절기입니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95도가 되는 때로, 양력으로는 보통 10월 8일 또는 9일경에 해당합니다. 음력으로는 대략 9월에 들며, 이 시기부터는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서리(霜)가 내리..
한국 민속학은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를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세시풍속, 일생의례, 민간신앙 등 민속학의 기본 개념과 주요 분야를 학술적 관점에서 정리하여, 민속학 전공 학생, 일반 탐구자,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준학예사 시험 준비생에게 유용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이 글은 정초 대표 세시풍속이자 점복 풍속인 토정비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유래, 방법, 의미 등을 상세히 다룹니다.토정비결(土亭秘訣)이란 무엇인가?토정비결은 정초(正初), 즉 새해가 시작될 때 『토정비결(土亭秘訣)』이라는 책을 이용하여 그 해의 개인적인 운수를 알아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점복 풍속입니다. 이 책은 조선 중기의 저명한 학자이자 역학자였던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 1517~1578)이 지은 도참서..
과거,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에 얼음은 매우 귀한 자원이었습니다. 특히 국가의 제사나 연회, 그리고 왕실과 백성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겨울철에 얼음을 채취하여 전문적인 얼음 창고인 빙고(빙고)에 저장하고 이듬해 봄부터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얼음 관리를 위해 나라에서는 추위와 얼음을 관장하는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것이 바로 사한제(司寒祭)입니다. 얼음과 관련된 국가 의례, 사한제의 역사와 내용을 자세히 살펴봅니다.사한제(司寒祭)란 무엇이며 왜 지냈나?사한제는 겨울의 추위와 북방을 다스리는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올리는 국가적인 제사입니다. 이 제사는 주로 사한단(司寒壇)이라는 제단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사한제를 지내는 가장 큰 목적은 국가에서 사용할 얼음을 제대로 관리하고 자연의 순리가 어긋나..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날 아침, 우리 조상들은 독특한 풍습을 행하며 한 해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바로 '부럼깨기'인데요. 딱딱한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며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齒)를 튼튼하게 해달라고 빌었던 이 풍습은 대보름의 대표적인 속신(俗信) 중 하나입니다. 부럼깨기의 유래부터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이 풍습에 담긴 깊은 의미까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정월 대보름 '부럼깨기'란?부럼깨기는 정월 대보름날 아침 일찍, 다른 음식을 먹기 전에 날밤, 호두, 은행, 잣 등 껍질이 단단한 견과류를 자신의 어금니로 힘주어 깨무는 풍습을 말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해에 피부에 나는 각종 부스럼이나 종기를 예방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풍습은 단순히..
경칩(驚蟄) 무렵,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양서류가 알을 낳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때 산란된 개구리알이나 도롱뇽알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속신(俗信)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봄의 시작과 함께했던 이 독특한 풍습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믿음, 그리고 숨겨진 의미를 자세히 살펴봅니다.봄의 시작, 경칩과 개구리알 먹는 풍습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양력 3월 5일경에 해당합니다.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리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실제로 이 무렵이면 땅과 물의 온도가 올라가 동면했던 개구리, 도롱뇽 등의 양서류가 활동을 시작하고 산란에 들어갑니다.예로부터 우리 민간에서는 경칩 무렵 맑은 물이나 습지에 산란된 개구리나 도롱뇽의 알을 채취하여 먹는..
정월 열엿새는 귀신이 돌아다닌다고 여겨 다양한 풍습과 금기가 행해졌던 귀신날입니다.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며 지켜졌던 이 독특한 날의 유래부터 이날 행해졌던 풍부한 풍습들, 그리고 귀신날이 지닌 문화적 의미까지 자세히 살펴봅니다.정월 열엿새, 귀신날이란?귀신날은 한국 세시풍속에서 정월 열엿새, 즉 음력 1월 16일을 가리킵니다. 이날 귀신이 돌아다니며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우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어, 다양한 형태의 금기와 귀신을 쫓는 풍습이 행해졌습니다.지역과 시대에 따라 귀신날은 여러 다른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귀신닭(당)날, 달귀귀신날, 귀신단지날, 귀신다래는날, 귀신달구는날, 귀신달군날, 귀신당기날, 귀신단오날 등이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십이지신 중 원숭이날을 의미하는 신날[申日], ..
쌍륙 [雙六]은 정초나 겨울철에 즐기던 한국의 전통 주사위 놀이입니다. 쌍륙판과 말, 주사위를 사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이 유서 깊은 놀이의 역사와 규칙, 그리고 문화적 의미를 자세히 알아봅니다.쌍륙이란?쌍륙은 정초나 겨울철에 주로 즐겼던 한국의 전통 보드게임입니다. 쌍륙판(말판) 위에서 서른 개의 말(각자 15개)과 두 개의 주사위(骰子)를 가지고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루는 놀이입니다. 대한제국 말기까지 널리 행해졌던 기록이 있으며, 단순히 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판단과 말의 운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쌍륙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악삭(握槊), 쌍륙(雙陸), 상륙(象陸 - 이두식 표기), 상육(象陸)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악삭'이라는 이름은 길게 깎은 나..
한국의 전통 사회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속에서 독특하고 다채로운 풍습들을 꽃피워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밤하늘을 아름다운 불꽃으로 수놓았던 낙화놀이는 단순한 불꽃놀이를 넘어, 공동체의 염원과 예술적 감흥, 그리고 벽사(辟邪)의 의미까지 담고 있는 중요한 전통 문화유산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 낙화놀이를 민속학과 인류학의 심층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여 그 역사적 유래, 의례적 의미, 사회적 기능, 그리고 문화적 가치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1. 낙화놀이의 정의와 어원: 밤하늘에 수놓이는 불꽃의 미학정의: 낙화놀이는 주로 정월 열나흗날 밤에 행해지는 한국의 전통 불꽃놀이로,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벽사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지역에 따라 낙화유(落火遊), 낙화불놀이, 줄불놀이 등 다양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