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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절기 상강단풍과 국화가 만개하는 상강의 풍경을 대표하며, 농가에서는 추수 마무리와 겨울맞이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상강(霜降)은 음력 9월에 드는 24절기 중 하나로, 글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위치하며, 양력으로는 10월 23일 무렵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지속되지만,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져 수증기가 지표면에서 응결되어 서리가 내리고, 기온이 더 내려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하는 완연한 늦가을의 절기입니다.

 

단풍과 국화가 만개하는 상강의 풍경: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다

상강 무렵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국화가 활짝 피어나는 아름다운 늦가을의 계절입니다. 붉게 물든 단풍잎과 향긋한 국화꽃은 늦가을의 정취를 더하며, 사람들은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 위해 가을 나들이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음력 9월 9일인 중구일과 마찬가지로 상강에도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의 풍류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국화주는 늦가을에 만개하는 국화꽃을 이용하여 빚은 술로, 은은한 향과 맛이 일품이며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늦가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국화주를 나누어 마시며 시를 읊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한국 전통 사회에서 낭만적인 풍경 중 하나였습니다.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기록된 상강에 대한 시에서도 늦가을의 서늘한 풍경과 함께 시인의 감회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시인은 밤중에 내린 서리로 깨끗해진 천지와 함께 점차 앙상해져 가는 산의 모습, 구름 끝을 스쳐 지나가는 기러기, 병들어 시들어가는 버드나무, 그리고 차가운 이슬 아래 빛나는 꽃을 묘사하며 늦가을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추수 마무리와 겨울맞이의 시작: 풍요로운 수확을 감사하고 겨울을 대비하다

상강은 농사력으로는 한 해의 추수가 마무리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때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상강에 국가적인 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하기도 했습니다. 둑제는 군대의 깃발인 둑기(纛旗)에 지내는 제사로, 나라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농업을 중요하게 여겼던 조선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풍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가에서는 추수를 끝낸 후 곡식을 저장하고, 겨울 동안 먹을 김장이나 장 담그기 등을 준비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추수한 곡식으로 떡이나 술을 만들어 풍년을 감사하고 다가올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하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상강은 풍요로운 수확에 감사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철저히 준비하는 농경 사회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둑제와 삼후를 통해상강의 의미: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삶을 조화시키다

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까지의 5일씩을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초후(初候)에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中候)에는 초목이 누렇게 시들어 떨어지는 때, 그리고 말후(末候)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합니다.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하여 중국의 삼후에 대한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상강을 통해 자연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승냥이가 먹이를 구하고, 초목이 쇠락하며, 동물들이 겨울잠을 준비하는 모습은 상강이라는 절기 속에서 자연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엄연한 질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중요한 삶의 태도였으며, 상강은 이러한 전통적인 가치관을 잘 반영하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상강은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절기로, 단풍과 국화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기이며, 농가에서는 추수 마무리를 하고 겨울맞이를 시작하는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또한, 상강에 행해졌던 둑제와 중국의 삼후에 대한 기록을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이 자연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 흐름에 맞춰 살아가고자 했던 전통적인 관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상강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것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의미 깊은 절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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