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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를 이기는 삼복 음식 개장국과 삼계탕은 한국 전통 사회에서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대표적인 보양식이었으며, 이는 오행 원리로 풀어보는 삼복과 개고기 섭취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삼복에는 물맞이 복제 등 다양한 삼복 풍습을 통해 더위를 잊고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적인 관습이 이어져 왔습니다. 삼복(三伏)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있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를 나타냅니다.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째 경일을 말복이라 하며,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찾아와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대개 20일이 걸립니다. 삼복은 음력 개념이 아닌 양력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소서(小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위치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인 만큼 다양한 음식과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행 원리로 풀어보는 삼복과 개고기 섭취 문화: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다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을 나타내며,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여름의 강한 더위 때문에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오행사상에서 여름은 불[火]에 속하고 가을은 쇠[金]에 속하는데, 여름의 불 기운이 가을의 쇠 기운을 세 번 굴복시킨다는 의미로 삼복이라 칭하게 된 것입니다. 천간(天干) 중 경일(庚日)을 복날로 삼은 것은 경(庚)이 오행상 금(金)에 해당하고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금의 기운이 내장된 경일을 복날로 정하여 여름의 더위를 극복하고자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삼복에는 특히 개장국을 즐겨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는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전통적인 보신 문화의 일환입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개장국은 기가 허한 것을 보강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복날 개고기를 먹는 것은 오행의 원리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개는 오행상 서쪽, 즉 금(金)에 해당하는데, 화기(火氣)가 극성을 부리는 복날은 화극금(火克金)의 현상이 나타나 금의 기운이 쇠퇴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금의 기운이 왕성한 개를 섭취하여 부족해진 쇠를 보충하고, 더위로 인해 흐트러진 심신의 균형을 바로잡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복날 개를 잡아 개장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는 풍속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한편, 개고기를 먹는 문화에 대한 논란이 현대 사회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점은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윤리적 가치관 사이의 충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맞이 복제 등 다양한 삼복 풍습: 더위를 식히고 풍년을 기원하다

삼복에는 개장국 외에도 삼계탕을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삼계탕은 닭에 인삼, 찹쌀, 대추 등을 넣고 푹 고아 만든 음식으로,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어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효과적인 보양식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복날에는 팥죽이나 수박, 참외 등을 먹으며 더위를 피하고 질병을 예방하고자 했습니다.

더위를 잊기 위해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계곡이나 산을 찾아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삼청동 성조우물물을 마시거나 계곡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는 풍습이 있었으며, 부녀자들은 약수에 머리를 감으면 풍이 없어지고 부스럼이 낫는다고 믿어 매년 이를 행했는데, 이를 ‘물맞는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물을 통해 더위를 식히고 건강을 챙기려는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한편, 삼복은 농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였습니다.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복날의 날씨는 벼를 자라게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여겨, “벼는 복날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초복날에는 떡과 전을 장만하여 논에 가지고 가서 농사가 잘 되도록 비는 ‘복제(伏祭)’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농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전통 풍습입니다.

삼복 날씨로 점치는 농사의 풍흉과 지역별 속담: 자연 현상에 담긴 삶의 지혜

삼복 날씨는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습니다. 삼복에 내리는 비를 ‘삼복비’라고 하는데, 전남에서는 복날의 비를 ‘농사비’라 하여 기다렸으며, 부산에서도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적절한 시기에 내리는 비가 농작물 생장에 필수적이라는 경험적 지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강원도에서는 삼복에 천둥이 치면 산과(山果)가 흉년이 든다고 여겼으며, 대추나무는 삼복 즈음에 열매를 맺는데 이때 비가 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하여 “복날 비가 오면 보은 처녀가 운다.”라는 속담이 전해집니다. 보은 지역은 대추 농사를 많이 짓는데, 복날 비가 오면 대추 흉년으로 인해 혼기가 늦어질 것을 염려하는 마음이 담긴 속담입니다. 강원 지역에서는 주로 초복에 거미를 잡아 말려서 분말로 만들어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민간요법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건강을 관리했던 조상들의 생활 지혜를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삼복은 여름 더위를 이기는 중요한 시기였으며, 개장국과 삼계탕 등의 보양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오행 원리에 따라 개고기를 섭취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습니다. 또한, 물맞이와 복제 등의 다양한 풍습을 통해 더위를 극복하고 풍년을 기원했던 한국 전통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삼복에 담긴 음식 문화, 풍습, 그리고 자연 현상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삶에 다양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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