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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달로 여겨지는 윤달의 다양한 의미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 사회에서는 수의와 관 준비에 좋은 시기 윤달을 활용하여 평소 꺼리던 일을 하거나, 집수리 이사 이장 등 길한 행동을 하는 윤달로 여겨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태음력의 특성상 발생하는 윤달(閏月)은 한 해 열두 달 외에 덧붙여지는 달을 의미합니다. 태음력은 달의 움직임에 따라 날짜를 계산하기 때문에 계절과 한 달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불일치를 조절하기 위해 윤달이 생겨납니다. 윤달은 ‘가외로 더 있는 달’이라는 의미에서 공달, 덤달, 여벌달, 남은달이라고도 불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윤달을 ‘썩은 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윤달이 사람의 피부나 신체 부위에 있는 ‘달’과 같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속담에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아무 탈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윤달은 특별히 재앙이나 부정함이 없는 무탈한 달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한국 전통 사회의 다양한 풍습과 관습에 깊숙이 반영되어 왔습니다.

 

수의와 관 준비에 좋은 시기 윤달: 삶의 마지막을 평안하게 준비하는 지혜

윤달은 아무런 재액이 없는 달로 여겨졌기 때문에, 평소에 꺼리거나 조심스러워하던 일들을 하기에 좋은 시기로 인식되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의(壽衣)와 관(棺)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수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입는 옷으로, 예로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자신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윤달에는 수의를 만들어도 아무런 탈이 없다는 믿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이용하여 수의를 준비했습니다. 전남 지역에서는 수의를 ‘머능옷’ 또는 ‘죽으매옷’이라고 불렀으며, 경북 안동에서는 ‘머농’이라고 하여 명주나 삼베로 정성껏 지었습니다. 윤달에는 수의를 직접 짓기도 하지만, 미리 옷감을 준비해 두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북 진안에서는 집에 노인이 있으면 윤달에 수의를 짓고 널(관)을 짜서 그 속에 수의를 넣어 보관하기도 했으며, 미리 수의를 준비해 놓은 집에서는 윤달이 오면 꺼내어 손질한 후 다시 보관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는 윤달을 이용하여 삶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남은 가족들에게 burden을 주지 않고, 자신의 사후 세계를 평안하게 맞이하려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지혜를 보여줍니다.

 

집수리 이사 이장 등 길한 행동을 하는 윤달: 묵은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다

윤달은 집을 짓거나 수리하기에 좋은 시기로 여겨졌습니다. 예전에는 집을 함부로 고치거나 변소를 수리하는 것, 장독대를 옮기는 것 등을 꺼렸지만, 윤달에는 부정이나 액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러한 집안의 중요한 일들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사를 하거나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것도 윤달에 하면 좋다고 여겼습니다. 이는 윤달이 평소의 금기를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기간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낡고 불편했던 집을 수리하거나, 더 나은 곳으로 이사를 하거나, 조상의 묘를 좋은 터로 옮기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윤달을 이용하여 추진함으로써 액운을 피하고 복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묵은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종교적 의례와 지역별 특별한 풍습 윤달: 신앙심을 고취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다

윤달은 종교적인 의례가 활발하게 행해지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광주 봉은사에서는 윤달이 되면 서울의 여인들이 다투어 와서 불공을 드리고 탑에 돈을 놓았으며, 이러한 행렬이 윤달 내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윤달에 불공을 드리면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절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현대에도 ‘윤달이 든 해는 절에 세 번만 가면 모든 액이 소멸되고 복이 온다.’라는 믿음이 있어, 많은 부녀자들이 유명한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삼사순례(三寺巡禮)를 하기도 합니다. 특히 전북 고창에서는 윤달에 성돌이(성밟기)를 하는데, 이는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여자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사찰에서는 윤달에 예수재(預修齋)를 올려 사후의 복을 미리 닦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윤달에는 지역별로 특별한 풍습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충청도에서는 윤달이 든 해에 장승제를 지내기도 합니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 앞실마을에서는 윤달이 든 정월 열나흗날 밤에 나무 장승을 직접 만들어 세우고 풍물을 치며 놀다가 장승제를 지냅니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에서는 윤달이 든 해 정월 초나흘에 장승제를 지내는데, 이는 윤달에 질병과 재앙이 심하다고 믿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정월이나 2월에 윤달이 들면 장을 담그거나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도 있습니다. 충남 서산에서는 윤달에 장을 담그기도 하고, 지곡면 중왕리에서는 팥죽을 쑤어 가택신에게 먼저 차린 후 대문에 뿌리고 가족들과 나누어 먹으며 이웃과도 나누는 풍습이 전해져 옵니다. 이는 윤달을 특별한 시기로 여기고 다양한 의례와 풍습을 통해 공동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한국 전통 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윤달은 무탈한 달로 여겨지는 특별한 달로서, 수의와 관 준비와 같은 평소에 꺼리던 일을 하기에 좋았으며, 집수리 이사 이장 등 집안의 중요한 일을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시기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윤달에는 종교적 의례와 지역별 특별한 풍습이 행해지며, 한국 전통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보여줍니다. 윤달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와 삶의 방식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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