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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멸치젓 담그기는 한국 전통 사회에서 여름철 중요한 생업 활동 중 하나였으며, 단백질 공급원젓갈의 유래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러한 전통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내려와 한국 고유의 멸치젓 담그는 법을 형성하였으며, 이는 단순한 식품 제조를 넘어 한국인의 식문화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풍습입니다.

단백질 공급원 젓갈 유래

멸치젓은 멸치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가공식품으로,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입니다. 멸치젓을 포함한 젓갈은 소금으로 부패를 막아 저장성을 높이는 일반 염장품과는 달리, 원료를 적절히 분해시켜 독특한 풍미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젓갈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는데, 기원전 3세기 무렵 중국의 문헌인 『주례(周禮)』에서도 오늘날 젓갈과 유사한 식품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신문왕 3년(683) 왕비 맞이 폐백 품목 중 하나로 젓갈(醢)이 기록되어 있어, 이미 삼국시대부터 젓갈을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어육장해와 지염해가 주를 이루었으며, 조선시대에는 뱅어젓, 새우젓, 조개젓, 굴젓 등 다양한 젓갈이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멸치젓은 새우젓과 함께 우리나라 2대 젓갈로 손꼽히며, 특히 남해안 지방에서 많이 담가 먹었습니다. 젓갈은 곡물 위주의 식단에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해주는 중요한 공급원이었습니다.

전통 멸치젓 담그는 법

전통적으로 멸치젓은 싱싱한 멸치를 사용하여 담갔습니다. 멸치를 깨끗한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용기에 멸치와 소금을 번갈아 가며 넣고 절입니다. 소금의 양은 멸치 무게의 20~30% 정도가 적당하며, 보통 멸치 한 되에 소금 세 홉을 기준으로 합니다. 멸치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또 기온이 높을수록 소금의 양을 늘려야 부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온에서 숙성시킬 경우에는 소금의 양을 줄이기도 합니다. 사용하는 소금은 품질 좋은 재제염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멸치를 담근 후 며칠 동안은 하루에 한 번씩 잘 휘저어 소금이 골고루 스며들게 합니다. 이후에는 밀봉하여 시원한 곳에서 숙성시킵니다. 숙성 기간은 소금의 양과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숙성이 덜 된 멸치젓은 비린내가 강하게 나며, 완전히 숙성되면 멸치가 삭아 맑은 웃물이 고이게 됩니다. 이 웃물을 ‘생젓국’이라고 하여 따로 떠내어 조미료로 사용합니다. 생젓국을 뜨고 남은 멸치는 솥에 넣고 소금과 물을 적당히 섞어 달인 후 베보자기에 걸러 ‘멸장(멸치젓국)’을 만들어 국이나 찌개 등의 조미료로 활용했습니다. 보통 음력 3월에 멸치젓을 담그면 8~9월경에 생젓국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춘젓과 추젓차이

멸치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맛과 품질에 차이가 있습니다. 봄에 담그는 멸치젓을 ‘춘젓’, 가을에 담그는 것을 ‘추젓’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춘젓의 맛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춘젓이라도 이른 봄에 잡히는 ‘초물’ 멸치는 아직 살이 충분히 오르지 않아 깊은 맛이 덜하고, 오래 숙성시키면 살이 쉽게 풀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늦봄에 잡히는 ‘파물’ 멸치는 기름기가 너무 많아 젓갈이 끈적거리고 멸치 특유의 비린내가 잘 가시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멸치젓을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는 초물과 파물의 중간 시기인 ‘중물’ 멸치가 잡힐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젓은 춘젓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주로 젓갈 자체로 먹기보다는 김장이나 다른 요리의 재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지역별 멸치젓 특징

멸치젓은 주로 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담그지만, 동해안 지역에서도 멸치가 잡히는 시기에 맞춰 멸치젓을 담갔습니다. 남해안 지역에서는 주로 음력 3~5월에 1년에 한 번 멸치젓을 담그는 반면, 동해안 지역에서는 음력 4월과 7~8월에 멸치가 두 번 잡히기 때문에 1년에 두 번 멸치젓을 담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동해안에서는 일찍 담근 멸치젓은 응달에서 서서히 숙성시키고, 늦게 담근 멸치젓은 따뜻한 곳에서 숙성시켜야 적절하게 발효되어 비린내가 없고 맛있는 젓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멸치젓은 보통 소금만으로 담그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함흥과 북청 등 북쪽 지방에서는 멸치젓을 담글 때 고춧가루를 넣는 독특한 풍습이 있습니다. 고춧가루는 멸치젓의 발효를 촉진시키고, 낮은 온도에서 숙성된 젓갈의 비린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지역별 특색은 각 지역의 기후 조건과 식재료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젓국과 멸장 활용

잘 숙성된 멸치젓에서 얻을 수 있는 생젓국과 멸장은 한국 음식에서 중요한 조미료로 활용됩니다. 생젓국은 맑고 감칠맛이 풍부하여 국이나 찌개의 간을 맞추거나 나물 요리에 넣어 맛을 더하는 데 사용됩니다. 특히 멸치 특유의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활용됩니다. 멸장은 멸치젓을 달여 걸러낸 액체로, 생젓국보다 맛이 더 깊고 진합니다. 주로 김치나 깍두기 등을 담글 때 넣어 발효를 돕고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을 하며, 국이나 찌개의 베이스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멸치젓은 젓갈 자체로 먹는 것은 물론, 생젓국과 멸장이라는 훌륭한 조미료를 얻을 수 있어 한국 음식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아시아 어장 비교

멸치젓과 유사한 형태의 어장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염해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담근 어간장(fish sauce)은 베트남의 맘 넴(멸치 이용)과 뇨크 맘(멸치 등 잡어 이용), 라오스의 남 파(잡어 이용), 캄보디아의 프라 호크(담수어 이용), 필리핀의 바고옹, 태국의 남 프라, 미얀마의 가피, 말레이시아의 브라칸(새우젓), 인도네시아의 테라시(새우젓), 일본의 숏쯔류(정어리나 까나리 이용) 등이 대표적입니다. 각 나라의 어장은 주재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독특한 풍미를 지니며, 다양한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쌀 문화권 젓갈 의의

멸치젓을 포함한 젓갈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널리 보편화된 식품입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같이 더운 지역에서는 어간장 형태로 많이 이용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젓갈과 어간장의 복합적인 형태가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은 사계절 다양한 생선을 잡을 수 있지만 소금 생산량이 적어 밥과 채소를 함께 발효시키는 식해 문화가 발달한 반면, 소금이 풍부한 서해안 지역에서는 멸치젓과 같은 염장 젓갈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이는 옛 선조들이 주어진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독창적인 식문화를 발전시켜 온 지혜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멸치젓 담그기는 단순한 음식 제조를 넘어, 한국인의 삶의 지혜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전통 풍습입니다.

 

결론적으로 여름에 주로 이루어지는 멸치젓 담그기는 오랜 유래를 가진 한국의 전통적인 젓갈 제조 방식이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담그는 법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며, 춘젓과 추젓은 맛과 활용도에서 뚜렷한 특징을 나타냅니다. 멸치젓은 한국 음식의 감칠맛을 더하는 중요한 조미료일 뿐만 아니라, 쌀 문화권에서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해주는 귀한 식품이었으며,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모습을 반영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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