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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의 정의와 다양한 명칭을 가진 시제는 시제의 유래와 변천 과정을 거쳐 한국 전통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조상 숭배 의례이며, 묘소에서 진행되는 시제 절차를 통해 후손들은 정성을 다해 조상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시제(時祭)는 한식이나 음력 10월에 5대조 이상의 조상 묘소에서 지내는 제사를 일컫는 관행적인 용어입니다. 정기적으로 묘소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하여 시사(時祀) 또는 시향(時享)이라고도 불리며, 이는 5대 이상의 먼 조상을 모시는 묘제(墓祭)를 의미합니다. 4대 친까지의 조상을 위한 묘제는 사산제(私山祭)라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또한, 묘소 앞에서 지내는 제사이므로 묘사(墓祀) 또는 묘전제사(墓前祭祀)라고 하며, 일 년에 한 번 제사를 모신다는 의미에서 세일제(歲一祭) 또는 세일사(歲一祀)라고도 합니다.

 

시제의 유래와 변천 과정: 주자가례의 영향과 한국적 변용

시제의 유래는 중국의 예법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시제(時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자가례』에서는 2월, 5월, 8월, 11월에 사당에 모신 4대친의 신주를 안채나 사랑채의 대청에 함께 모시고 지내는 제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러한 『주자가례』의 영향으로 조선시대의 예서(禮書)에서도 사시제(四時祭)를 중심으로 기제와 묘제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묘제를 중시하는 전통이 있었으며, 사시마다 묘소에서 절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시제와 묘제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를 들어 2월에는 한식, 5월에는 단오, 8월에는 추석, 11월에는 동지와 겹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조선시대 학자인 율곡 이이의 경우, 설과 단오에는 사당에서 차례를 지내고 한식과 추석에는 묘소에서 절사를 지내도록 했습니다. 이후 시제와 속절 차례 및 절사를 절충하여 설, 단오, 추석, 동지에는 사당에서 차례를, 한식 및 10월에는 묘제를 지내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특히 3월이나 한식, 그리고 10월 초하루에는 4대친을 포함한 모든 선조의 묘제를 지냄으로써 시향 또는 시사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사시 묘제가 한식과 10월 초하루로 축소되면서 이를 사시 묘제로서 시제라고 부르게 되었고, 시제 대상도 5대조 이상의 묘제로 관행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불천위(不遷位)의 경우, 지역에 따라 사당에 모셔 세일사 대신 차사와 절사로 모시거나, 10월 묘제에 함께 모시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묘소에서 진행되는 시제 절차: 정성을 다하는 후손들의 마음

시제는 원칙적으로 조상의 묘소에서 진행되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재실에 지방(紙榜)을 모시고 합동으로 망제(望祭)를 지내기도 합니다. 퇴계 이황은 여러 묘에 각각 제사를 지내는 것보다 묘역을 청소한 후 재실에서 지방으로 합동 제사를 지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재실에서 제사를 모실 경우에는 강신 후에 참신을 하며, 분축 때 지방을 함께 태웁니다.

 

시제의 기본적인 절차는 『주자가례』의 묘제를 따르고 있으며, 4대친과 5대조 이상을 대상으로 합니다. 『사례편람』에는 축문에 4대친을 대상으로 한 한식 때의 내용과 체천(遞遷)한 선조에 대한 10월 제사 내용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시제 준비는 보통 하루 전날 주인이 집사자들을 거느리고 묘소나 재실로 가서 재계(齋戒)하며, 각 묘소마다 제물을 준비하고 토지신에게 드릴 제물도 마련합니다. 주인은 심의(深衣)를 입고 집사자를 데리고 묘소에 가서 묘소를 살피고 주변을 청소합니다. 저녁에는 재실에서 주인이나 문중의 연장자가 중심이 되어 시도기(時到記)를 확인하고 각 묘소의 헌관, 축관, 집례, 집사자를 정합니다.

 

제사 당일에는 깨끗한 자리를 묘소 앞에 깔고 준비한 제물을 정성껏 차립니다. 석상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위에 제물을 진설합니다. 기제와 달리 묘제에는 진찬(進饌)의 절차가 없어, 진설 때 모든 제사 음식을 한 번에 올립니다. 참사자 모두 참신 재배를 통해 조상신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강신 절차에서는 주인이 분향하고 술을 모사기에 붓거나 석상 아래 땅에 부어 조상신의 강림을 청합니다. 초헌은 주인이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며, 기제와 마찬가지로 침주, 전작, 좨주를 행합니다. 이때 육적을 올리고 메의 뚜껑을 열며 숟가락을 밥에 꽂고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습니다. 축관은 주인의 왼쪽에서 축문을 읽고, 독축이 끝나면 주인이 재배합니다. 이후 아헌과 종헌은 아들, 형제, 친한 벗 등이 술잔을 올리고 재배합니다. 유식과 합문의 절차는 묘제에는 없는 것이 원칙이나, 집안에 따라 밥에 숟가락을 꽂고 잠시 기다리는 등의 약식 절차를 행하기도 합니다. 계문과 진다 역시 묘제에는 원칙적으로 없지만, 합문 후 숭늉을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제에는 기제와 달리 음복수조하는 예가 있는데, 주인이 신위전에 나아가 술과 음식을 맛보는 절차입니다. 마지막으로 참사자 모두 사신 재배를 통해 조상신을 보내드리고, 대축이 축문을 불사르면 제사가 마무리됩니다. 이후에는 묘역을 관장하는 산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산신제를 지냅니다.

 

시제와 함께 행해지는 기타 의례: 지방, 망제, 음복, 산신제

시제는 주로 묘소에서 직접 제사를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지방을 이용한 망제나 산신제 등의 다른 의례와 함께 행해지기도 합니다. 비가 오거나 먼 곳에 거주하여 묘소에 직접 갈 수 없는 경우에는 재실에 지방을 모시고 망제를 지냅니다. 이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같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제를 마친 후에는 음복수조를 통해 조상님께서 드셨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가족 간의 화합을 다집니다. 특히 시제 전에 묘역을 관장하는 산신에게 먼저 제사를 지내는 산신제는 묘역의 평안과 후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을 숭배하고 조화를 이루고자 했던 한국 전통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제는 시제의 정의와 다양한 명칭처럼 5대조 이상의 조상을 기리는 묘제로서, 시제의 유래와 변천 과정을 통해 한국인의 조상 숭배 사상을 보여주며, 묘소에서 진행되는 시제 절차는 후손들의 효심과 가족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통 관습입니다. 시제에 담긴 조상을 숭배하고 가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왔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그 의미는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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