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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강강술래의 흥겨운 대목, 청어엮기·청어풀기는 어촌 마을의 생업(청어잡이)을 춤과 노래로 형상화하며 풍어를 기원했던 모의희이자 생산굿입니다. 놀이 방법, 민속적 의미, 안동 청어장사 놀이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 전통 놀이와 민간신앙의 깊이를 탐구합니다. 준학예사 시험 대비에 필수 정보입니다.

강강술래 속 바다의 이야기, 청어엮기·청어풀기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세시풍속 중 하나인 추석(秋夕, 음력 8월 15일) 명절 밤, 달 밝은 마당에서 수십 명의 여인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만들어 부르는 노래와 춤, 바로 강강술래입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강강술래는 다양한 놀이 대목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서남 해안 지역의 어촌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대목이 바로 '청어엮기'와 '청어풀기'입니다. 이 놀이는 마치 청어를 엮거나 풀듯이 사람들이 손을 잡고 서로의 팔 사이를 꿰어가며 대형을 변화시키는 놀이입니다.

청어엮기·청어풀기란 무엇인가? 정의와 기본 개념

청어엮기·청어풀기는 강강술래의 여러 대목 중 하나로, 참여자들이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줄을 서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된 팔 사이를 통과하며 일렬로 꿰어가는 '청어엮기'와, 엮인 상태에서 다시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가며 원래의 원 형태로 돌아오는 '청어풀기'가 한 세트로 이루어진 놀이입니다. 마치 그물로 잡은 청어를 한 마리씩 엮거나, 엮어 놓았던 청어를 다시 풀어내는 어촌의 실제 생산 활동을 춤과 노래로 재현한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즐겼을까? 시기와 지역적 배경

청어엮기·청어풀기는 강강술래의 한 부분이므로, 주로 추석 명절 밤에 강강술래가 행해지는 서남 해안 지역에서 즐겼습니다. 강강술래가 활발하게 전승되는 전라남도 해안가와 섬 지역이 주요 배경이며, 특히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부안의 위도(蝟島)나 군산과 같은 어촌 지역과 어항이 있는 해안 지역에서 발달했습니다. 이는 이들 지역의 주된 생업이 어업이며, 청어와 같은 수산물 채취가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즉, 청어엮기·청어풀기는 서남 해안 지역 어촌 사회의 지역적 특색과 생업 문화가 강강술래라는 놀이에 녹아든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와 동작으로 재현하는 '청어 엮고 푸는' 과정

청어엮기·청어풀기는 선소리꾼의 노래와 참여자들의 합창, 그리고 손을 잡고 움직이는 독특한 대형 변화가 결합된 놀이입니다.

청어엮기: 줄을 꿰어가는 역동적인 움직임

강강술래의 다른 대목(예: 고사리꺾기)이 끝나면, 참여자들은 다시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만듭니다. 이때 선소리꾼이 빠르고 신나는 자진 중중모리 장단에 맞춰 "청청 청어엮자, 위도군산 청어엮자, 엮자엮자 청어엮자, 위도군산 청어엮자"라고 노래를 시작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강강술래"나 다른 후렴구로 이를 받으며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에 맞춰 원 형태의 줄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거나 한 줄로 길게 늘어섭니다. 그리고 각 줄의 맨 앞에 선 사람이 오른손을 놓고, 자신의 줄 맨 끝에 있는 사람과 그 바로 앞 사람(끝에서 두 번째 사람)이 맞잡은 손 밑으로 몸을 꿰어가기 시작합니다. 맨 앞 사람은 줄줄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이끌고 계속해서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손 사이(주로 맨 뒤쪽 사람들의 손) 밑으로 통과해 나갑니다. 마치 실을 바늘에 꿰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 속으로 줄을 꿰어가는 모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팔은 자연스럽게 꼬이게 되어 왼팔이 오른쪽 어깨 위로 올라가는 형태가 됩니다. 선두는 다른 사람들의 손 사이를 계속 엮어 나가며, 모든 사람이 차례로 엮여 몸이 꼬일 때까지 이 동작을 반복합니다. 노래와 신나는 장단에 맞춰 참여자들이 서로의 팔 밑을 통과하며 엮이는 모습은 매우 역동적이고 시각적으로도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청어풀기: 꼬인 팔을 풀어내는 해방감

청어엮기가 끝나고 모든 참여자의 팔이 엮여 꼬인 상태가 되면, 곧바로 이어서 '청어풀기'가 시작됩니다. 이때 부르는 노래 가사는 "청청 청어풀자, 위도군산 청어풀자, 풀자풀자 청어풀자, 위도군산 청어풀자"로 바뀌며, 선소리꾼과 나머지 참여자들이 같은 장단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청어풀기의 동작은 청어엮기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맨 앞에 섰던 선두가 이번에는 엮을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의 팔 사이를 다시 꿰어가면서 꼬였던 팔을 풀어냅니다. 선두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꼬였던 몸이 서서히 풀리면서, 마지막에는 모든 사람이 원래처럼 손을 잡고 둥근 원 형태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꼬여 있던 팔과 몸이 풀리면서 느끼는 시원함과 해방감은 놀이의 즐거움을 더하며, 복잡하게 얽혔던 줄이 다시 하나의 원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공동체의 질서와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청어엮기·청어풀기에 담긴 민속적 의미와 상징

청어엮기·청어풀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어촌 마을 사람들의 삶과 염원, 그리고 민간 신앙이 담겨 있는 복합적인 민속 활동입니다.

생업을 형상화한 모의희(模擬戱)로서의 특징

청어엮기·청어풀기는 어촌 사람들의 주된 생업인 '청어잡이'와 '청어 처리' 과정을 춤과 노래로 형상화(形象化)모의희(模擬戱, 흉내 내는 놀이)의 성격을 강하게 지닙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서로의 팔 사이를 엮어가고 풀어내는 동작은 마치 그물로 잡은 많은 양의 청어를 엮어서 말리거나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다시 풀어내는 실제 노동 과정을 흉내 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자신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산 활동을 놀이의 소재로 삼아 재현하는 민속 예술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풍어(豐漁)를 기원하는 모의주술희(模擬呪術戱)

청어엮기·청어풀기는 단순히 생업을 흉내 내는 것에서 나아가, 풍어(豐漁), 즉 청어를 비롯한 물고기를 많이 잡기를 기원하는 모의주술희(模擬呪術戱, 흉내를 통해 주술적인 효과를 바라는 놀이)의 성격도 지닙니다. 전통적인 민간 신앙에서는 어떤 행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흉내 냄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주술적 사고방식이 있었습니다. 놀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며 마치 풍성하게 잡힌 청어 떼처럼 보이게 '엮고', 이를 다시 '풀어내는' 행위는 다가올 어업 시즌에 청어가 가득 잡히기를 염원하는 집단적인 기원이자 주술적인 의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청어가 많은 알(어란)을 가져 번식력이 강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는 점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이러한 청어를 소재로 삼은 놀이는 더욱 강한 기복(祈福, 복을 빎)적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수확의 기쁨을 표현하는 놀이

한편, 청어엮기·청어풀기는 힘든 노동 과정을 재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풍성한 수확을 통해 얻게 될 기쁨과 만족감을 미리 표현하고 함께 나누는 놀이로도 볼 수 있습니다. 청어를 많이 잡았을 때 느끼는 행복감, 엮고 푸는 과정에서의 흥겨움과 신명, 꼬였던 팔이 풀리며 느끼는 해방감 등은 어촌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기쁨이 놀이를 통해 승화된 모습입니다.

다른 지역의 '생산놀이'와 비교: 안동 청어장사 놀이

청어엮기·청어풀기처럼 지역의 주된 생업과 관련된 생산 활동을 놀이로 형상화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전승되는 '청어장사 놀이'가 대표적입니다.

내륙 지역의 '청어장사 놀이'와 그 특징

안동은 바다와 떨어진 내륙 지역이지만, 과거에는 영덕 등 동해안에서 잡은 청어가 내륙으로 운송되어 활발하게 거래되었습니다. 안동의 '청어장사 놀이'는 이러한 청어의 '거래 과정'을 춤과 노래로 재현한 놀이입니다. 이 놀이에서는 부녀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한 편은 청어 장사꾼, 다른 한 편은 손님 역할을 맡습니다. 어깨동무를 하고 마주 선 두 줄이 노래를 주고받으며 앞뒤로 밀고 당기는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장사꾼이 "청어 사소 청어 사소" 하며 나아가면 손님들이 뒤로 물러서고, 손님들이 "청어값이 몇 냥이로" 하면 장사꾼이 물러서며 값을 부르는 식입니다. 이는 시장에서의 거래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모의희입니다.

지역 생업과 결합된 '생산굿'의 기능

청어엮기·청어풀기와 안동 청어장사 놀이는 각각 해안과 내륙이라는 다른 지역에서, 청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어업(생산)과 상업(거래)이라는 다른 생업 방식을 모의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놀이 모두 자신들의 삶과 공동체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을 놀이로 승화시켜, 이를 통해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생산굿' 또는 '모의적인 생산굿'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이 그 지역의 놀이 문화와 민간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고 미래의 안녕을 기원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민속학적 사례입니다.

민속학 연구와 준학예사 시험 대비를 위한 청어엮기·청어풀기 이해

청어엮기·청어풀기는 추석 강강술래의 활력 넘치는 대목으로서, 서남 해안 어촌의 독특한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놀이입니다. 이 놀이는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유희를 넘어, 어업이라는 생업을 춤과 노래로 형상화모의희, 다가올 어업의 풍어를 기원하는 모의주술희, 그리고 힘든 노동 속에서 신명을 찾고 수확의 기쁨을 표현하는 민속 예술의 다양한 성격을 지닙니다.

민속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일반인들에게 청어엮기·청어풀기는 놀이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 생업, 신앙과 깊이 연결된 문화적 산물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세시풍속인 강강술래의 한 부분으로서, 특정 지역의 민간 신앙(풍어 기원)과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사례로서, 그리고 노래와 춤, 대형 변화가 어우러진 민속 예술로서 다각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준학예사 자격시험의 선택과목인 '민속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청어엮기·청어풀기는 강강술래라는 큰 틀 안에서 특정 놀이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를 묻거나, 모의희/모의주술희, 생산굿과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예시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놀이의 절차, 노래 가사, 지역적 배경, 그리고 여기에 담긴 민속학적 의미(생업 형상화, 풍어 기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시험 대비에 유용할 것입니다.

청어엮기·청어풀기는 오늘날까지도 강강술래의 한 대목으로 전승되며, 참여자들에게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강인함과 신명, 그리고 풍요를 기원했던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놀이를 통해 한국 전통 놀이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졌는지를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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