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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5월 단오를 대표하는 한국의 전통 놀이 그네뛰기. 그네뛰기의 유래, 어원, 놀이 방법, 역사적 기록, 그리고 민간신앙과 상징성을 민속학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준학예사 시험 준비와 한국 전통문화 이해에 필수적인 심층 정보를 제공합니다.

단오(端午)와 함께 피어나는 그네뛰기의 세계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고 초록이 짙어지는 음력 5월, 한국 전통사회에서 가장 활기찬 명절 중 하나인 단오(端午, 음력 5월 5일)가 찾아옵니다. 단오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로, 씨름, 부채 나누기, 창포물에 머리 감기 등 다양한 세시풍속이 행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대표적인 단오 명절 놀이가 바로 '그네뛰기'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그네뛰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한국인의 신명과 염원이 담긴 민속 예술이자 신앙 행위였습니다.

그네뛰기란 무엇인가? 정의와 기본 형태

그네뛰기는 나뭇가지나 두 개의 기둥에 가로지른 나무에 두 줄을 매달고, 그 아래 발을 디디거나 앉을 수 있는 발판(밑싣개 또는 앉을깨)을 걸어 몸을 날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놀이입니다. 한자어로는 '추천희(鞦韆戱)'라고 부르며, 하늘 높이 솟구치는 모습 때문에 '반선희(半仙戱, 신선 반열에 오르는 놀이)', '유선희(遊仙戱, 신선과 노는 놀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름들은 그네뛰기가 지닌 비일상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잘 나타냅니다.

주로 음력 5월 단오에 젊은 여인들이 고운 옷을 차려입고 즐기는 놀이로 알려져 있지만, 지역과 시기에 따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겼으며, 단오 외 다른 명절에도 행해졌던 포괄적인 전통 놀이입니다.

그네뛰기는 언제, 누가 즐겼을까? 시기와 주체

그네뛰기는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로 정착되었지만, 실제로는 단오만을 위한 놀이는 아니었습니다. 문헌 기록과 현지 조사에 따르면, 음력 4월 초파일부터 단오까지 그네를 즐기는 지역이 많았고, 단오 이후에도 여름철에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추석과 같은 가을 명절에 그네뛰기를 하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제주도에서 추석에 그네뛰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무라야마 지순(村山智順)의 『조선의 향토오락』 조사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추석 그네뛰기가 확인됩니다. 이는 그네뛰기가 특정 명절에 국한되지 않고, 계절과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행해졌음을 보여줍니다.

그네뛰기는 '젊은 여인들의 놀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은 젊은 남자들도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경기도 양주 지역에서는 남자는 낮에, 여자는 밤에 그네를 뛰었다는 기록처럼, 성별에 따라 즐기는 시간이 구분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남녀가 함께 어울리기 어려웠던 전통사회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서로의 신명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즉, 그네뛰기의 주체는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었으나, 시기와 지역에 따라 젊은 남성, 때로는 남녀 모두가 참여하는 폭넓은 놀이였습니다.

그네뛰기에 담긴 깊은 역사와 유래

그네뛰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전래된 것인지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아직 깊지 않지만, 흥미로운 몇 가지 견해와 풍부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네'라는 이름의 어원적 탐구

'그네'라는 단어는 지역 방언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한국방언사전』에만 66가지의 방언이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구늘', '군대', '군데', '군듸' 등 'ㄹ'이나 'ㄷ' 발음이 포함된 어휘들이 많은데, 'ㄹ'이 들어간 방언은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에, 'ㄷ'이 들어간 방언은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제주도에서는 '개동개', '굴매', '술래'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고어 문헌에서는 '글위', '그릐', '그리'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두시언해』, 『훈몽자회』 등에는 '글위'로, 『역어유해』에는 '그릐'로, 『동문유해』에는 '그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9세기 자료나 판소리 『춘향가』의 이본들에서는 '근의', '그늬', '근우', '그느' 등으로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네'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주요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네를 뛸 때 발을 구르는 행위에서 착안하여 '구르다'가 변형된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다른 하나는 '근의 희(끈의 놀이)'에서 왔다는 견해입니다. 고어의 변화 과정(그릐 > 그리 > 그늬)을 보면, '끈의 희'보다는 '구르다'와 연관된 어원 가설이 더 타당성을 얻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언과 역사적 변천 과정을 통해 '그네'라는 단어가 어떻게 정착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언어학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한국 그네뛰기의 기원과 발전

그네뛰기가 한국에서 자생한 것인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갓난아기의 요람에서 발전했다거나, 농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대문에 그네를 매어준 것에서 시작했다는 자생설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제시됩니다. 중국 춘추시대 북방 유목민족인 산융족이 즐기던 '추천'이라는 놀이가 제나라로 전해졌고, 이것이 다시 한국으로 유입되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처음 한식(寒食) 무렵에 추천놀이를 했으나,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그 시기가 단오로 옮겨졌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놀이의 기원이 외부에서 왔더라도, 한국의 문화적 토양 속에서 시기나 형태가 한국적으로 변형되어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네뛰기에 대한 한국의 역사적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납니다. 고려 현종 때 중국 사신 곽원은 고려에서 단오에 추천놀이를 한다고 전했습니다. 고려 무신정권의 실력자였던 최충헌과 최이는 고종 대에 화려하고 성대한 그네뛰기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최충헌은 개경 백정동궁에, 최이는 강화도에서 높은 채붕을 가설하고 비단과 꽃으로 그네틀을 장식하며 각종 음악과 잡희를 곁들인 대규모 연회를 열었습니다. 이는 고려시대 그네뛰기가 상류층에서 기악백희(음악, 무용, 잡기 등 다양한 예능)와 결합된 고급스럽고 화려한 놀이로 향유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한림별곡』에서도 그네뛰기는 젊은 남녀가 즐기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한편, 이규보의 시를 통해 고려시대 민간에서도 단오에 그네뛰기가 성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조선시대로 이어져 15세기 후반 한양의 중심가인 종로에 그네터가 설치되고 도성의 부녀자들이 모여들어 그네뛰기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성현과 신광수의 시에서도 그네 뛰는 여인의 아름다움과 역동적인 모습이 묘사되어 있으며, 특히 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이 그네 뛰는 장면은 그녀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대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붉은 그넷줄과 함께 선녀에 비유되는 춘향의 모습은 그네뛰기가 민속 예술로서 시각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네뛰기의 방법과 민속 예술적 요소

그네뛰기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넘어, 설치 방식, 놀이 방법, 심지어는 경쟁 방식까지 다양하여 민속 예술적인 측면을 보여줍니다.

그네의 설치와 구조

그네는 주로 자연적인 환경을 활용하여 설치되었습니다. 버드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 가지가 튼튼한 큰 나무의 가지에 그네줄을 매달아 사용했습니다. 가지가 마땅치 않은 평지에서는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가로지른 나무를 올려 그네를 매달았는데, 이를 '땅그네'라고 했습니다. 땅그네는 나무그네보다 인공적으로 설치하는 만큼 더욱 화려하게 장식되기도 했습니다. 색색의 헝겊이나 비단으로 그네틀을 꾸며 명절 분위기를 돋우었습니다.

그네줄은 주로 볏짚이나 삼으로 꼰 새끼줄, 또는 튼튼한 동아줄을 사용했습니다. 그네줄 아래 발을 올려놓는 발판은 '밑싣개' 또는 '앉을깨'라고 불렸습니다. 그네를 타는 사람이 균형을 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잡는 부분에는 무명 천 등으로 만든 '안전줄'을 달아 손목에 묶어 안전을 도모했습니다. 그네의 구조와 장식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이 담겨 있습니다.

다양하게 즐기는 그네뛰기 방식

그네뛰기는 혼자서 타는 '외그네뛰기'와 두 사람이 마주 서서 함께 타는 '맞그네뛰기' 또는 '쌍그네뛰기'가 있습니다. 외그네뛰기는 개인의 기량과 담력을 겨루는 방식이라면, 맞그네뛰기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뛰는 것으로 협동과 재미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외그네뛰기로 기량을 뽐낸 후에 여흥으로 맞그네뛰기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네뛰기 경기의 방법과 승부

그네뛰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경쟁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경기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경쟁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해왔습니다.

  1. 목표물 차기/물기: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네가 닿을 만한 높이의 나뭇가지나 꽃가지를 목표물로 정해 놓고, 그네를 굴러 앞으로 나아가 발끝으로 목표물을 차거나 입으로 무는 방식입니다. 이는 그네를 가장 높이, 멀리 뛰는 기량을 겨루는 원초적인 형태입니다.
  2. 방울줄 닿기: 그네 앞쪽에 방울이 달린 줄을 높이 매달아 놓고, 그네를 뛰어 발로 방울을 건드리는 방식입니다. 아래에서 줄을 조종하여 방울의 높이를 점점 높여가며 누가 가장 높이 있는 방울을 건드리는지 겨루었습니다. 15세기 성현의 시에도 묘사될 만큼 역사가 깊은 방법입니다. 이는 높이 뛰기 능력을 측정하는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3. 자눈(尺目) 측정: 앉을깨 밑에 자(눈금이 표시된 줄)를 매달아 놓고, 그네줄이 가장 높이 올라가 멈추는 지점부터 공중으로 올라간 높이를 측정하여 우열을 가리는 방법입니다. 이는 근대에 들어 창안된 과학적인 측정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기 방법은 그네뛰기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 기량 연마와 경쟁을 통한 성취감을 추구하는 놀이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네뛰기에 깃든 민간신앙과 상징

그네뛰기는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놀이일 뿐만 아니라, 깊은 상징과 민간신앙을 담고 있습니다.

젊음, 생명력, 그리고 풍요의 상징

음력 5월 단오는 만물이 생장하는 계절의 정점이며, 곧 다가올 뜨거운 여름과 풍성한 수확을 예비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젊은이들이 그네를 타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행위는 넘치는 젊음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5월에 행해지는 젊음의 축제와도 맥락을 같이하며, 이러한 활기찬 움직임이 대지의 풍요로운 생산과 연결되기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의미를 내포한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의 제약에 갇혀 있던 젊은 여성들이 그네를 통해 하늘로 솟아오르며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은, 억압된 에너지를 발산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중요한 의례였습니다.

벽사(辟邪)와 건강을 기원하는 속신

그네뛰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민간신앙(속신)이 있습니다. 단오에 그네를 뛰면 한여름에 모기에 물리지 않고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이는 그네를 타며 흘리는 땀과 운동이 실제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나쁜 기운이나 액운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가 담겼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네를 뛰면서 "5월 단오에 모기야 물러가라!"와 같은 주술적인 외침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그네뛰기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신앙적인 행위와도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민속학적 관점에서 본 그네뛰기의 가치

그네뛰기는 민속학의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세시풍속, 놀이, 민속예술로서의 그네뛰기

그네뛰기는 특정 시기(단오)에 맞춰 행해지는 세시풍속으로서 계절 변화에 따른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정해진 틀과 규칙, 다양한 경쟁 방법이 있는 놀이로서 공동체의 유희 문화와 경쟁 심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네틀의 장식, 그네를 뛰는 사람들의 화려한 복식, 몸의 역동적인 움직임, 그리고 역사적으로 기악백희와 결합되었던 측면은 민속예술로서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하늘을 나는 듯한 그네뛰기는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구비문학 속 그네뛰기

그네뛰기는 구비문학에서도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며, 특히 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의 그네뛰기 장면은 압도적인 비중과 상징성을 가집니다. 『춘향가』에서 춘향의 그네뛰기는 그녀의 비범한 아름다움과 순수한 모습을 부각시키는 장치이며, 몽룡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됩니다. 붉은 그넷줄과 하늘을 나는 듯한 춘향의 모습은 자유를 갈망하는 내면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구비문학 속 그네뛰기 묘사는 당대 사람들이 그네뛰기에 부여했던 문화적, 심미적 가치를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민속학 연구와 준학예사 시험 대비를 위한 그네뛰기 이해

그네뛰기는 음력 5월 단오와 관련된 대표적인 한국의 전통 놀이로서, 세시풍속, 놀이, 민속예술, 민간신앙, 구비문학 등 민속학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그네뛰기의 유래와 어원부터 역사적 변천, 다양한 놀이 방법과 경쟁 방식, 그리고 여기에 깃든 젊음, 생명력, 풍요, 벽사, 건강 기원 등의 상징과 신앙까지 깊이 이해하는 것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정신세계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특히 준학예사 자격시험의 선택과목인 '민속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그네뛰기는 시험에 자주 출제될 수 있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네뛰기의 정의, 단오와의 관련성, 역사적 기록(고려/조선시대 문헌), 놀이 방법(외그네/맞그네, 경기 방식), 그리고 민간신앙(속신) 등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네뛰기는 오늘날에도 일부 지역 축제나 민속 행사에서 시연되며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발을 구르는 그네뛰기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활기찬 삶의 에너지와 복을 기원하는 마음,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던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네뛰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한국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모든 이에게 귀중한 지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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