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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의 의미와 다양한 이름을 가진 단오는 풍성한 음식과 액운을 막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는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이며, 다채로운 놀이와 공동체 의례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날입니다. 음력 5월 5일, 초닷새를 의미하는 단오는 예로부터 일 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져 큰 명절로 기념되어 왔습니다. 홀수인 양수가 겹치는 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전통적인 음양철학의 관점에서 단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단순히 명절을 넘어 다양한 이칭과 풍습, 의례를 통해 한국인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풍성한 음식과 액운을 막는 풍습: 수릿날에 즐기는 특별한 음식과 건강 기원

단옷날은 ‘수릿날’이라고도 불리는데, ‘수리’라는 말에는 신(神) 또는 ‘높다’는 의미가 담겨 ‘높은 신이 오시는 날’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또한, 단옷날 먹는 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둥글기 때문에 ‘수릿날’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단오에는 수리취떡, 쑥떡과 같은 떡을 해 먹고 앵두화채, 대추, 창포주 등의 시절 음식을 즐겼습니다. 특히 수리취떡은 단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수리취라는 나물을 멥쌀가루와 섞어 만들어 그 모양이 수레바퀴와 같다고 하여 수릿날의 유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앵두는 단오 무렵이 제철이라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거나 임금에게 진상하기도 했습니다.

 

단오에는 액운을 물리치고 건강을 기원하는 다양한 풍습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창포를 이용한 풍습인데,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거나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았습니다. 창포의 독특한 향기가 액을 물리친다고 믿었으며, 특히 붉은 연지나 주사를 바른 창포비녀는 벽사의 기능과 함께 여름철 더위를 막아주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준다고 여겼습니다. 이렇게 창포탕에 머리와 얼굴을 씻고 새 옷을 입은 후 창포비녀로 치장하는 것을 ‘단오장(端午粧)’이라고 합니다. 또한, 쑥이나 짚으로 호랑이 모양을 만들어 머리에 꽂는 ‘애호(艾虎)’ 풍습도 액운을 쫓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옷날 쑥을 뜯어 말려 약재로 사용하거나, 농가에서는 약쑥 한 다발을 대문 옆에 세워두어 재앙을 막고자 했습니다.

 

다채로운 놀이와 공동체 의례: 함께 즐기고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의 날

단오는 다양한 놀이와 공동체 의례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마을에서는 단오 전에 청년들이 짚을 모아 그네를 만들고, 단옷날에는 남녀노소 모두 고운 옷을 입고 그네뛰기를 즐겼습니다. 남자들은 넓은 마당에서 씨름을 하며 힘을 겨루었고, 이긴 사람에게는 상품을 주어 마을 사람들의 흥을 돋우었습니다. 씨름은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 중 하나로, 힘과 기술을 겨루는 동시에 공동체의 화합을 다지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손으로 승부를 가리는 수박희, 그리고 조선 중기 이전에는 돌을 던지며 싸우는 석전 등의 놀이도 행해졌습니다.

 

단옷날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전통 공연 예술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강릉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릉단오제가 성대하게 열려 대관령 서낭을 제사하고 다양한 민속놀이와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또한, 봉산탈춤,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와 같은 탈춤과 가면극들이 장터에서 공연되어 명절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습니다. 경북 경산시 자인에서는 단오에 한장군에게 제사를 지내고 여원무를 추며 노는 한장군놀이가 전승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오는 다양한 놀이와 공연을 통해 공동체의 흥을 돋우고 화합을 도모하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단오에 담긴 문화적 의미와 전통: 태양 숭배와 풍요 기원의 의미

단오는 계절적으로 태양 에너지가 가장 강한 시기에 해당하여, 고대에는 태양 숭배와 관련된 의미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신라 사람들을 일월신(日月神)을 경배하는 민족이라고 기록한 문헌처럼, 정월 대보름이 달의 축제였다면 단오는 태양의 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오에 입는 새 옷인 ‘단오빔’을 신성 의상인 ‘술의(戌衣)’라고 해석하는 기록을 통해 단오가 태양신을 상징하는 신성한 날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오는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 사회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오 무렵은 모내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로, 풍년을 기원하는 다양한 의례가 행해졌습니다. 마을의 수호신에게 공동체 제의를 지내는 단오제나 집안의 평안과 오곡 풍년을 비는 단오고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농사의 기풍을 위해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아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비는 풍습이나, 특히 단오 무렵에 열리기 시작하는 대추의 풍년을 기원하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는 독특한 풍습도 전해져 옵니다. 단오에 도장을 만들어 두면 신수가 좋다고 하여 모과나무나 대추나무로 도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단오는 태양 숭배와 함께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는 농경 문화의 중요한 전통을 담고 있는 명절입니다.

 

결론적으로 단오는 단오의 의미와 다양한 이름처럼 음력 5월 5일,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져 왔으며, 풍성한 음식과 액운을 막는 풍습을 통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고, 다채로운 놀이와 공동체 의례를 통해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통 명절입니다. 단오에 담긴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풍습은 오늘날에도 한국인의 삶 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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