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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백로와 흰 이슬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백로 관련 속담처럼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절후였으며, 지역별로 전해지는 백로 날씨 점치기를 통해 풍년을 기원하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처서와 추분 사이에 위치하는 24절기 중 하나인 백로(白露)는 양력 9월 8일 무렵으로, 대개 음력 8월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립니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65도를 통과할 때이며, 밤의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흰 이슬이 맺히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시작되는 백로는 예로부터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시기로 여겨져 왔으며, 다양한 속담과 풍습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겨 왔습니다.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백로 관련 속담: 벼의 결실과 서리의 관계

백로는 농작물의 수확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칠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못 먹어도 팔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먹는다”라는 속담은 벼 이삭이 늦어도 음력 8월 백로 전에는 패어야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백로가 지나서 벼 이삭이 패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여물기 어려워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속담에도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 하여 이때까지 벼 이삭이 패지 못하면 더 이상 크지 못한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서리는 백로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남에서는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그 해 농사가 좋지 않다고 여겼으며, 백로 전에 서리가 오면 농작물이 시들고 말라버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충남에서도 늦게 심은 벼의 경우 백로 이전에 이삭이 패어야 먹을 수 있고, 백로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수확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경남에서는 백로 전에 벼 이삭이 패야 잘 익고, 그 후에 패는 것은 쭉정이가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백로에 벼 이삭을 유심히 살펴 그 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백로는 벼의 결실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기였으며, 서리와의 관계를 통해 풍흉을 예측하는 지혜로운 속담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지역별로 전해지는 백로 날씨 점치기: 바람과 비를 통해 풍년을 기원하다

백로 무렵의 날씨는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는 또 다른 중요한 지표였습니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부는 바람을 유심히 관찰하여 풍흉을 점쳤습니다. 이때 바람이 불면 벼농사에 해가 많다고 여겼으며, 비록 벼가 여물더라도 색깔이 검게 변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바람이 벼의 수분 증발을 촉진하고 병충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험적 지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백로에 내리는 비는 풍년의 징조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간혹 7월 말에 들기도 하는데,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된다고 합니다. 특히 경남 섬 지방에서는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라는 말이 전해지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매우 좋은 징조로 생각했습니다. 이는 가을비가 곡식의 결실을 돕고 가뭄을 해소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백로 무렵의 바람과 비는 지역별로 다르게 해석되어 풍흉을 점치는 데 활용되었으며, 이는 자연환경에 대한 조상들의 깊은 이해를 보여줍니다.

 

백로 무렵의 전통 풍습과 의미: 벌초와 근친을 통해 조상과 친척을 살피다

백로 무렵은 농가에서 고된 여름 농사를 마무리하고 추수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잠시 일손을 쉬면서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벌초는 조상의 묘를 깨끗하게 단장하여 후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조상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전통적인 풍습입니다. 또한, 백로 이후에는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되기 전 잠시 여유가 생기므로, 부녀자들은 그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척들을 찾아 근친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는 가족과 친척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중요한 사회적 활동이었습니다.

 

한편, 백로는 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옛 중국에서는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특징을 বর্ণনা했는데, 초후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에는 뭇 새들이 겨울을 대비하여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백로 무렵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철새들의 이동과 겨울 준비 모습을 관찰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백로는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감지하고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절후입니다.

 

결론적으로 백로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며,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중요한 시기였고, 백로 무렵의 다양한 전통 풍습을 통해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흰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를 통해 우리는 풍요로운 가을 수확을 기대하고 조상을 기리는 마음을 되새기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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